리본 프로젝트: 가재발 (1)
인터뷰 일시: 2012년 8월 9일 오전 11시
장소: 망원동 가재발 오피스
인터뷰어: 하박국HAVAQQUQ, 류민중RYUPD, 킹맥KINGMCK
녹음정리: 강경훈KRANBERIBOI
정리: 하박국
리본 프로젝트: 가재발 (1)
“크리스탈 메소드, 우탱 클랜 녹음 할 때 드럼 소리 몰래 훔쳐 집에 가서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하박국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가재발 음. 유전자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있고요.
하박국 유전자 알고리즘이요?
가재발 그건 농담으로 한 이야기고요. 진짜 하고 있긴 한데. 일단 테싯 그룹Tacit Group이라는 이름으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그룹? 그런 걸 하고 있어요. 멤버는 계속 바뀌는 형태에요.
하박국 장재호 교수님과 같이 하지 않나요.
가재발 장재호 교수님과 제가 키 멤버에요.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뭐. 그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하고 있고. 이곳저곳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좀 가르쳐주고 있어요. 그다음에 요번 상반기 동안은 공부를 좀 할 것이 있어서. 아까 말씀드렸던 알고리즘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연구하고 있어요. 킹맥도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왜 이게 찍어서 안 나오는 이상한 리듬 있잖아요.
킹맥 네.
가재발 찍어서 도저히 할 수 없는 거 같은, 사람이 치지 않는. 그런 리듬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공부를 하고 있고. 그다음에 제일 가까이는 11월, 12월에 미국 투어가 잡혀 있어요.
하박국 어떤 투어인가요.
가재발 이번에 하는 건 테싯 그룹이에요. 지금은 아시다시피 디제이, 가요 작곡, 테크노도 거의 안 하고 있고요. 시카고 현대 미술관하고 뉴욕의 링컨센터하고… 그 링컨 센터에서 이번에 엄청나게 돈을 들여 아트리움Artrium이라는 멋있는 홀을 만들었어요. 미디어 쪽을 위해서. 그 사람들도 어차피 시대를 쫓아가야 하니까. 또 요즘 워낙 또 음악만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거기서 곧 연주할 계획이에요.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Creators Project에 실린 태싯 그룹의 인터뷰
하박국 가르치시는 건 사이에서 하고 계시죠?
가재발 네. 사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뮤직테크놀로지를 가르치고 있어요.
하박국 뮤직테크놀로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가재발 그게 요즘은 툴 이야기를 하면 제일 빠르게 이해 하시더라고요. MAX/MSP하고 C 언어). 제가 둘을 맡고요. 그 사이에 맞물려서 Jitter까지. 사이에서는 C는 안 하고 MAX부터해서 MSP, Jitter, 이런 식으로. 잘해요. 사이에 오시는 분들이. 되게 잘해요. 수창이Soo Lee도 되게 잘했었고, 맥스봉?
류민중 아! 맥스퀸MAXQUEEN, 맥스퀸! 맥스퀸 누나
이름 때문에 고생이 많은 DJ MAXQUEEN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DJ MAX 잘하느냐’라고.
하박국 다들 배우러 가는구나.
가재발 네. 맥스퀸도 다들 잘하고.
류민중 교수님이라고 그렇게 이야길 하시더라고요.
가재발 교수님까지는… (웃음) 그냥 오빠라고 하는 게 더 편할 거 같은데. 너무 불편해.
류민중 전해드려야겠다.
가재발 그쪽에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와요. 또 누구지… 워낙 오래돼서. 하여튼 제 기억으로 한 네다섯 명 정도는 왔었던 거 같아요. 붕가붕가 레코드에 있던…
하박국 나잠수 씨…
가재발 네 그런 이름인데!
(일동 웃음)
나잠수는 현재 가재발에게 배운 고급 기술 대신 입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다.
하박국 알겠습니다. 그럼 처음 음악 시작하셨을 때부터 훑고 갈게요. 보도자료를 보면 뉴욕에서 비주얼 아트스쿨을 졸업하고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걸로 나오더라고요. 퍼프대디Puff Daddy나 우탱클랜Wu-Tang Clan 같은 팀의 엔지니어도 하셨고. 엔지니어로서 커리어가 탄탄했던 걸로 보이는데 갑자기 한국에 와서 전자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가재발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미국에 있을 때 유니버설 레코드에서 어떤 프로듀서와 일을 했는데 이 프로듀서가 저를 되게 좋게 봤어요. 그래서 저는 유학생 신분이니까 일하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법을 악용해서 3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근데 더 이상은 일을 할 수가 없는 거에요.
하박국 비자 문제 때문에?
가재발 네. 그래서 이제는 들어가야 하는데 같이 했던 프로듀서가 유니버설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 붙잡았거든요. 그랬는데 한국에 베이라는 녹음실에서, 제가 잘 아는 형 한 분이 계셨는데 그 형이 들어오지 않겠느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을 들어가자! 그냥. 일주일 만에 짐 다 싸서 들어와 버렸죠. 그게 계기였고.
하박국 그게 스튜디오인가요?
가재발 네. 베이 스튜디오. 옛날엔 되게 유명했었어요.
(이제는 오디오가이 구인구직 란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베이 스튜디오)
하박국 네. 이름을 들어본 거 같아서.
가재발 웬만한 사람들은 다 베이에서 녹음을 했어요.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스쿨오브비주얼아트도 다녔지만 엔지니어링 스쿨도 함께 다녔어요. 그래서 녹음실에서 일을 했는데 제가 일했던 곳이 투팍2pac이 두 번째로 총 맞은 데 거든요.
(일동 웃음)
가재발 제가 갔을 때 거기가 12층 건물인데 거기서 다섯 층을 쓰고 있었어요. 근데 엘리베이터로 옮겨 다녀야 되잖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그 앞에 이 쇠창살로 된 문이 하나 더 있어요. 예를 들면 7층이다. 올라오잖아요.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그 쇠창살이 있는 거에요. 제가 처음 일할 때 인턴을 할 때 그거 열어주는 역할을 했죠.
(일동 웃음)
크리스탈 메소드Crystal Method하고 우탱 클랜에 르자Rza하고 메소드 맨Method Man이 협업을 했어요. 그때 제가 엔지니어를 했거든요. 엔지니어들은 시작하기 전에 거의 한두 시간, 끝나고 한두 시간 정리를 하잖아요. 그때 정리하면서 훔쳐봤죠. ‘아 이 정도면 나도 만들겠는데?’ 그리고 거기서 드럼 소리 이런 거 몰래 훔쳐다가 집에 가서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가재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러면 잽싸게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어줘야죠. 투팍이 총을 맞아 쇠창살을 만든 거거든요. 거기에서 일하다가 제가 있었을 때 케미컬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프로디지Prodigy 이런 뮤지션들이 나올 때였어요. 어딜 가도 일렉트로니카 밖에 안 나오는 거에요. 그때 힙합보다 사실 더 유행했던 때거든요. 그때 크리스탈 메소드Crystal Method하고 우탱 클랜에 르자Rza하고 메소드 맨Method Man인가? 아무튼 협업을 했어요. 그때 엔지니어를 했거든요. 제가. 엔지니어들은 시작하기 전에 거의 한두 시간, 끝나고 한두 시간 정리를 하잖아요. 그때 정리하면서 훔쳐봤죠. ‘아 이 정도면 나도 만들겠는데?’ 그리고 거기서 드럼 소리 이런 거 몰래 훔쳐다가 집에 가서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시작했죠.
하박국 그때 소리를 훔쳐… 문익점처럼 이렇게 들고 나오신 거군요.
가재발 그게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류민중 그렇다면 미국에서 하셔도 됐을 것 같은데.
가재발 근데 미국에서 조금 오래 계셔보신 분들은 알 거에요. 우리는 유리벽이라고 그러는데 유학생들 사이에서. 여기 이렇게 위가 보이는데 올라갈 수가 없어요. 동양인이.
하박국 레이어가 확실하게 있으니까.
(한국인이 미국에서 살아가며 겪는 레이어에 관한 좋은 텍스트로 김경준이 쓴 ‘BBK의 배신’의 서평을 추천한다.)
가재발 네, 너무 힘들어요. 올라가기가. 그래서 녹음실 들어가면 한국 사람들 되게 열심히 하잖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그때 뉴욕 스튜디오에 한국 분들이 한두 분 정도 더 있었어요. 근데 진짜 열심히 해요. 제가 있었던 스튜디오는 처음에 인턴 하다가 어시스트 시켜줄 때 시험을 봐요. 그 스튜디오 역사상 제가 제일 빨리 그 시험을 통과한 거에요. 인턴에서 어시스트가 되기까지 기간이 제일 짧았다 그러더라고요. 근데 거기에서 엔지니어로 올라가기 전까지도 너무 힘들고, 그다음은 뭐.. 그 보이긴 하는데 도저히. 제가 엄청나게 잘했으면 몰랐겠죠. 근데 비슷비슷하면 말도 잘 통하고 자기네들 사람 쓰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못하겠더라고요.
하박국 결국 한국에 오셔서 전자음악을 하게 되셨어요. 그렇게 해서 만든 팀이 가재발인데. 얘기를 들어 보니 디제이 랍스타와 정유석의 별명인 발발이, 이 두 이름을 합쳐서 가재발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세션 두 명을 더 모아 팀을 결성했다 들었어요. 재미난 건 정유석 씨가 뉴욕 디제이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디제이에게 랩을 시키신 거잖아요. 어떻게 이런 팀을 구성하게 되신 건가요?
가재발 유석이는 뉴욕에 있을 때부터 워낙 잘 알았었고요. 그래서 이제 들어와서 제가 가재발이란 이름으로 해야겠다 그랬는데. 저 혼자는 답이 안 나올거 같은 거에요. 사실 겁도 나고. 그래서 그때 유석이가 뉴썩NewSuck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같이 하자 그러고 그다음에 기타하고 베이스 하던 친구하고 같이 하자. 그때만 해도 약간 밴드스타일 일렉트로니카가… 저기 다프트 펑크Daft Punk 나오기 전만 해도 다들 몇 명이 무리지어서 했잖아요. 물론 다프트 펑크도 두 명이지만. 그래서 그런 것도 있었겠죠. 좀. 처음에는 아무래도 따라 해보는 게 연습도 되고 공부도 많이 되니까.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됐죠.
하박국 저는 당시 팀 구성을 프로디지 같은 팀을 만들려 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가재발 무늬만 프로디지겠지. 뭐. (웃음) 지금 들어보면 우워…
당시 가재발의 프로필 사진
하박국 제가 헷갈리고 있었던 게 가재발 공연을 몇 번 봤어요. 항상 유석 씨가 웃통을 벗으시잖아요. 인상 깊었던 게 압구정동에서 프랙탈Fractal이랑 했을 때 ‘오늘은 어머니가 오셔서 웃통을 안 벗겠다고’ 하더니 결국 벗더라고요. (웃음)
가재발 안 가려요
하박국 ‘온다온다 가재발이 온다’라는 랩을 여자분과 같이 하고.
가재발 걔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나네. 걔도 그때 홍대에서 되게 유명했었는데.
하박국 음반은 근데 다 프로디지 같지 않고 ‘Talk’ 같은 트랙은… 곡들 다 기억나시죠? ‘Talk’ 같은 트랙은 확실히 프로디지 생각이 나고, ‘Wings’ 같은 트랙은 오리지널 트립합보다는 약간 스니커 핌스Sneaker Pims 같은 느낌이고, ‘Hot-Core’는 아타리 틴에이저 라이엇Atari Teenage Riot 같은 사운드고, 되게 사운드 스펙트럼이 다양하더라고요. 당시 들으셨던 음악이, 레퍼런스로 삼았던 음악들이 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Sneaker Pims – Six Underground
Atari Teenage Riot – Speed
가재발 그때는 프로디지, 케미컬 브라더스를 제일 많이 들었겠죠. 근데 1집 같은 경우는 색깔이 사실 나오기는 힘들었다고 봐요. 어릴 때부터 내가 막 음악을 해서 난 이런 음악을 할 테야 이런거 보다는, 저 같은 경우는 진짜 약간 소 뒷다리 잡는 식으로 약간 시작을 한… 들어보시면 약간 그렇잖아요. 어릴 때부터 공부해서 나온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보자 싶었고요. 욕먹을 건 사실 각오하고. 그래서 사실 그때 입에 올리긴 그렇지만, 당시 정통파라고 하던 그쪽에선 약간 좀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았다는 것도 저도 알긴 알거든요. 근데 저는 그랬었죠. 그러니까 내가 뭘 잘하는지 끝까지 완성을 시켜보고 이 중에서 내가 잘하는 걸 하자. 그렇게 된 거죠.
하박국 근데 확실히 그 시대에 나왔던 일렉트로닉 음악 팀들이, 원래 그러니까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시그내쳐 잡는 게 되게 중요하잖아요. 기술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이 시그내쳐 만드는 건데, 그 당시에는 기술도 따라잡기 약간 벅찬.. 처음 만드는 거니까
가재발 그렇죠.
하박국 그래서 그때 컴필레이션 들어보면 다들 그냥 엇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가재발 중구난방이죠. 사실.
하박국 그래도 가재발은 사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밴드 이름부터 곡 제목도 그렇고 다른 팀에 비해서 확실하게 색깔이 있었던 팀인 거 같아요. 색이라는 게 외부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 있잖아요. 하다못해 그 당시에 ‘오방떡 오방떡 아줌마’ 같은 랩이라든지.. (웃음) 누가 생각을 했겠어요. 이런 유머러스한 이미지와 언어유희. 가재발이란 이름도 언어유희로 만들어진 팀이고, ‘O-bang’같은 경우도 영어 제목은 ‘오-뱅’이잖아요. 오-뱅에서 오방 그리고 오방떡까지 이어지는 굉장히 언어유희적인 면이 돋보이는데.
가재발 그런 거 같네요. 지금 보니까.
하박국 그런 것들은 유석 씨가 만드는 건가요?
가재발 같이 앉아서 만들어요. 오방떡 같은 경우는 진짜로 정말 같이 앉아서. 토크랩 같은 경우는 유석이가 완전히 혼자 다 하는 거고. 같이 하는 것도 혼자 하는 것도 있고 또 제가 먼저 시작하는 것도 있고.
하박국 두 분이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길래 오방떡이…(웃음)
가재발 그건 ‘O.N.Da’ 랩한… 희정이! 희정이. (*아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던 여성 랩퍼) 같이 앉아서 쓸데없는 이야기 하는 거죠 계속, 그러다 보니까 나오는 거죠.
하박국 배고프니까 오방떡이나 먹을까..(웃음)
가재발 앉아가지고 펜 들고 뭐 막~ 쓰고 이런 건 전혀 아니고요, 진짜 쓸데없는 소리. 그냥 술 마시면서 쓸데없는 소리 하다가.
하박국 최근에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 가사가 해외에선 ‘오픈콘돔스타일’로 들린다고 패러디되고 있잖아요.
가재발 아, 그래요?
하박국 그래서 ‘아. 이게 가재발이 너무 일찍 나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지금 나오셨으면 해외에서 저스틴비버 매니저에게서 연락 오고 막.
가재발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니까 감사합니다.
하박국 인터뷰 준비하면서 가재발의 음악을 다시 들어봤는데 이 ‘O-Bang’같은 경우 좋아서 계속 들었어요.
가재발 그거는 그… 그게 시작한 게 아마 일본 친구가 작업을 해놨는데 거기다가 같이 일본에서 공연할 때 한국말로 뭐를 해보자 그래서 랩을 먼저 붙였어요. 아마 그게 시작이었을 거에요.
하박국 레오파르돈Leopaldon?
가재발 네. 레오파르돈도 하고…
하박국 가재발의 음악이 되게 유머러스하고, 항상 웃통을 벗는 퍼포먼스를 곁들여서 굉장히 이미지가…
가재발 하아.. 맨날 벗지 말라고 그래도… 하아… (웃음) 뭐 어떨 때 옛날에 한 번은 엔비에 있다고 해고 다른 데 있다 엔비로 갔는데 그 가는 한 시간 사이에 완전히 꽐라가 되서. 옛날에 엔비에 스테이지 같은 게 있었잖아요. 거기서 옷 다 벗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꽐라되서 옷 벗고 스피커 끌어안고 그러고 있는 거에요. 하아… 가면 형 유석이 좀 데리고 가라고. 홍대에 여기저기 누워있었죠. 그냥.
(일동 웃음)
하박국 제가 진원 씨와 유석 씨가 동일인물이라 착각했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최근 사진 보니까 몸이 되게 좋아지셔서. 저는 그때 벗은 몸을 봐서.
가재발 아아~ 유석이랑 착각할 수 있죠.
하박국 네. 착각했는데 그때 벗은 몸에 비해서 지금 사진을 보니까 몸이 너무 좋아지셔서 그 사이에 운동을 열심히 하셨나… (웃음) 아까 전에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었고 기존의 신, 진지하게 음악하시는 분들하고 약간 거리가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팀들이 디엠엑스 트랙스DMS TRAX에 다 같이 속해 있었잖아요. 교류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가재발 1집 같은 경우 리믹스 시디에 어쨌거나 그 당시 활동하던 음악가들이 많이 참여했거든요.
가재발 그러니까 그 친구들은.. 그.. 저는 갑자기 나타났죠. 뉴욕에 있다가 한국 들어와서 엔지니어를 하다가 디엠엑스 트랙스에서 컴필레이션을 낸다고 해서 거기에 트랙을 보냈죠. 근데 그렇게 해서 보낸 사람이 저하고 누가 또 있었나… 뭐 한두 명 이렇고 나머지는 이미 다 알고 이렇게 다… 뮤지션이나 디엠엑스나 다 주최 측인 거죠.
하박국 21세기 그루브 출신도..
(하이텔의 일렉트로닉 음악 동호회 21세기 그루브. 당시 많은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이 여기에서 활동했다.)
가재발 네. 그쪽도 연관이 많이 있고 그랬었죠. 뭐 1집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그렇게 싫었으면은 안 해줬겠죠. 근데 뭐 다들 해주셨어요.
하박국 그러면 친분이나 교류 같은 건 그 이후로도 계속.
가재발 네. 근데 아무래도 제가 디제이도 안 하고 테크노 음반도 안 만들고 하고부터는 좀 뜸해졌죠. 아무래도 보기가… 그리고 그분들이, 그때 하던 분들은 뭐, 기영이형(달파란)같은 경우는 영화음악 많이 하시고, 누구야.. 성기씨 트랜지스터헤드Transistorhead, 원래 또 그래픽 쪽이니까 그쪽 일하시고 그러니까 사실 교류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하박국 다들 떨어져 계시는 거 같아요
가재발 저도 지금 음악을 하긴 하지만 대중들이 들었을 때 너무 이상한 걸 하고 있으니까.
하박국 그때 21세기 그루브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일렉트로닉 공연을 했거든요. 마스터플랜에서. 그때 항상 보러 갔었는데, 다 거기 회원들, 카사블랑카Casablanca나 프랙탈이나 트랜지스터헤드 같은 팀. 근데 가재발은 마스터플랜에서 본 기억이 없어요.
가재발 네. 한 번도 없었죠.
하박국 그리고 제가 가재발의 공연을 봤던 건 압구정동에 있는 클럽이었어요.
가재발 공연은 108에서 제일 처음에 시작했을 거에요.
하박국 아. 108에서. 108이 그때 강기영 씨가 장선우 감독과 같이하던 클럽이죠?
가재발 네. 거기서.
하박국 그쪽 공연은 디엠엑스 트랙스 통해서 하게 된 건가요?
가재발 네.
하박국 그럼 펌프기록과도 같이 일하셨어요?
가재발 아뇨, 펌프기록이랑은 별로 한 게 없는 거 같아요.
하박국 디엠엑스 트랙스에서 일본 신하고 교류를 굉장히 많이 하려고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Plur]에 켄 이시이Ken Ishi가 참여한 것도 그렇고. 특히 그중에서도 가재발님이 가장 교류가 잦았던 것 같거든요.
가재발 저희가 사실 많은 노력을 했죠. 그러니까 디엠엑스에서 어쩌면 외국에서 디제이들 데려오는 신을 처음으로 팡 터뜨린 거죠. 켄 이시이가 이태원에…
하박국 지금 찜질방으로 바뀐…
지금은 이태원랜드로 바뀐 이곳에서 켄 이시이의 내한 파티가 있었다.
당시 크게 히트 친 켄 이시이의 ‘Extra’
가재발 네 찜질방으로 바뀐 거기. 저희도 너무 놀랐어요. 사람이 천 단위로 오리라고는 생각도 없었거든요. 근데 그때 처음으로 외국 디제이오고 그 큰 데가 꽉 찬 게. 그래서 방송도 많이 나오고. 켄 이시이도 자신의 디제이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였대요. 그게. 너무 놀랬다. 그런 격한 호응은 처음 느꼈다고. 그래서 그다음에도 켄 이시이가 올 때는 개런티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자기는 한국에 올 땐 그게 상관이 없다 해서 너무너무 적은 금액에 왔어요. 그 덕에 켄 이시이하고도 많이 교류가 있었고 그다음에 덴키 그루브Denki Groove 서브 멤버로 활동하는 디제이 타사카DJ Tasaka. 앨범에도 들어간 적이 있을 거에요 아마. 공연할 때도 항상 같이하고, 타사카랑도 같이 했었고. 그쪽은 디제이 쪽이고. 이제 공연은 레오파르돈 이런 친구도 하고…
DJ TASAKA ‘Speaker Typhoon’
하박국 일본 신 진출은 디엠엑스 트랙스에서 적극적으로 하려 했고 가재발님도 같이 좀 하게 된 케이스 인가요? 레오파르돈 그분도 앨범에 많이 참여하셨고.
가재발 니시Nishi도.
하박국 네. 니시도. 나중에는 코페Coppe와도 작업하고. 일본 쪽에서 나중에는 에이벡스Avex Trax하고 같이 작업해서 츠지야 안나도 리믹스하셨잖아요. 그런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본 진출은 원래 하려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가재발 네. 원래 사실 테크노 음반을 탁 접어버리고 이제 안 해 그런 게. 원래 에이벡스 트랙스에서… 마르코 베일리Marco Bailey 아세요? 그 디제이 이름이 뭐지… 일본에서 마르코 베일리랑 항상 같이 하는 에이전트도 하고 디제이도 하는 친구 있는데. 아무튼, 그 사람이 모든 마르코 베일리 거를 했는데. 그 사람을 통해서 에이벡스 트랙스하고 앨범을 내기로 했어요. 그게 2005년인가 2006년이었어요. 그래서 앨범을 다 만들었어요. 마스터링만 하면 됐는데 그게 어떻게 잘못돼서 안 나오게 됐어요. 안 나오게 되고 그 때 인제 저는 새로 다른 사운드 공부를 막 시작할 때고. 그래서 아 이제 앨범 말고 다른 길로 가야 되는 건가? 그러니까 그냥 느낌. 이게 되게 접기 힘든 게 거의 다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아, 그래 이제 말자 그만하자’ 그러고 사실 그 앨범을 들고 완성이 된 거니까 다른 데서 내려고 어떻게 해봤으면 됐을지 모르는데 그냥 접었죠. 접고 이쪽으로 완전히 진로를 바꿔 사운드 공부 제대로 다시 하고. 그러고 나서부터는 테크노나 가요나 끝이야 너하고는. 가요 작업은 리믹스로 공연할 때, 박진영 씨 같은 경우 공연하면 저를 불러요 페이를 주고. 가면 별로 하는 건 없어요. 근데 사운드를 듣고 엔지니어하고 사이에서 좀… 아무래도 아티스트가 이야기하는 거랑 엔지니어랑 이야기하는 게 다르니까. 그래서 그런 걸 해달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그 일도 끊고 리믹스도 딱 끊고 그랬었죠.
하박국 박진영 씨하고 연결된 건 방시혁 씨 통해서인가요?
가재발 네.
하박국 방시혁 씨와 알게 된 건 바나나걸로…
가재발 아니에요. 미국에서 알게 되었죠. 미국에 녹음하러 왔을 때 녹음실에 있는 한국 사람을 섭외해달라고 해 저와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었죠.
저는 테크노가 너무 좋은데 상대방은 공감을 안 해주고. 진짜 혼자서 하고 있자니 너무 답답한 거에요. 그래서 그럼 니네가 못 오면 내가 니네 쪽으로 가볼게 하면서 시작한 게 바나나걸이에요.
하박국 바나나걸은 지-레코드G-Records에서 나왔던 거죠?
가재발 네.
하박국 직접 기획을 하고 방시혁 씨를 거기 끼어 들인 건가요?
가재발 어떻게 했지. 시혁이가 그때 저희 작업실에 맨날 왔어요. 그 친구도 진짜 열심히 하거든요. 음. 뭐라 해야 하지. 그때 가요에 일렉트로니카라는게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정현, ‘와’ 이건 빼고. 그 이후에 진짜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을 무렵인 거 같아요. 그래서 시혁이가 자기도 배워야 뭘 어떻게 하던가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맨날 저희 작업실에 와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만들기도 해보고 끝나면 술 마시고, 그러다가 제가 두 달 동안 입원을 했어요. 췌장염 걸려서 급성. 둘이서 듀어스Dewars 750ml 두 병 마시고. 아, 세 병 마시고. 그리고 응급실에 실려가고. 되게 친했어요. 근데 그거를 하다가 보니까 뭐… 사실은 리믹스를 제일 먼저 한 거는 윤일상이란 친구하고. 일상이랑 제일 먼저 했어요. 삐삐밴드 보컬…
하박국 이윤정의 [Seduce] 앨범 말이군요.
이윤정 ‘Seduce’
가재발 네. 맞아요. 어쨌든 그래서 시혁이랑 계속 놀다 보니까 저한테 리믹스도 부탁하고 제가 어떨 땐 편곡해주기도 하고, 그때 성인식, 뭐 이런 것도 리믹스하고 그러다가. 그러니까 테크노라는 게 대중들하고 너무 멀어요.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어렵다는 거에요. 저 1집은 거의 오천 장 팔렸거든요. 그때 당시에 오천 장이면 굉장히 작지만, 테크노 음반으로는 굉장한 거죠. 사람들이 이정현인 줄 알고 사는 거에요 테크노라고 그러니까. 그러다가 사람들이 반품도 하고. 저는 테크노가 너무 좋은데 상대방은 공감을 안 해주고. 진짜 혼자서 하고 있자니 너무 답답한 거에요. 그래서 그럼 니네가 못 오면 내가 니네 쪽으로 가볼게 하면서 시작한 게 바나나걸이에요.
일동 아~
가재발 그래서 가사도 넣어보고 노래도 넣어보고. 그때만 하더라도 테크노에 코드란 게 어딨어요, 코드도 넣어보고. 그걸 하게 된 거죠. 돈 벌려고 바나나걸 해야지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어요.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게 그렇게 잘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그걸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겠죠. 조금 더 잘 포장해서 제 이름으로 나왔겠죠. (웃음) 사람들은 가재발하고 바나나걸이 같은 사람인 걸 전혀 모르거든요.
하박국 근데 바나나걸이 굉장히 히트를 쳤죠.
가재발 굉장히 히트를 쳤죠.
하박국 그러니까 약간 히트친 방식이 방송은 안 탔는데 나이트클럽을 통해서, 그러니까 해외 클럽 신 보면 클럽에서 인기를 얻어 메인스트림에 올라오는 식이잖아요. 바나나걸도 그런 방식으로 코요테와 함께 나이트클럽에서부터 인기가 올랐던 걸로 기억해요.
가재발 사람들이 바나나걸 보고, 가재발이 뭐 이런 걸 해? 하긴 하는데 전 사실 되게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해서 어쨌든 터뜨렸잖아요. 원코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중독성 있다는 얘기도 듣고.
류민중 후크송 같은 그런 느낌인 거죠?
가재발 네. 그걸로는 되게 자부심을 느끼죠. 사람들이 아무리 욕해도.
하박국 저는 바나나걸이 1집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가재발 2집 들어서면서 [Another World]. 음반 제목 그대로 좀 다른 세계 음악을 하게 되고 1집에 있던 코드는 바나나걸로 자연스럽게 연결 됐다,라고. 전 1집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것들이 좀 더 보편적인 코드로 풀어진 게 바나나걸이지 않은가.
가재발 바나나걸이 미련을 못 버려서 자꾸만 테크노 사운드를 넣어서. 사실 제가 보기에는 바깥에서만 보이는 형태만 보자면 가요와 비슷할 수 있는데 구성 자체는 많이 달라요
하박국 아까 일본 이야기 하다가 빼먹었는데요. 이박사님과 같이 작업하셨죠?
가재발 뺄 수 없는 분이죠.
하박국 저는 가재발의 일본 진출도 그렇고 약간 덴키그루브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쪽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그쪽하고 교류도 어쨌거나 있었고. 이박사님이 그때 한국에서 약간 하이프처럼 갑자기 붐이 일었잖아요. 일렉트로닉 붐과 갑자기 같이. 달파란 1집에도 보컬이 샘플링되고. 그래서 같이 작업하시게 된 게 일본 진출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가재발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그 디엠엑스에서 판이 나온 게 소니에서 배급됐어요. 이박사님이 소니 소속이었거든요. 근데 이박사님 담당하는 분이 저희하고 되게 친했어요. 그래서 그분이 이거 같이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 그래서 되게 재밌을 거 같은 거에요. 지금까지 나온 적 없는 게 나올 것 같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이박사님 트랙이 싸다 그래야 되나. 뽕짝을 폄하하는 건 아닌데 그러니까 치지Cheesy한, 약간 B급 무비 같은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이게 저희가 한 게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더 테크노 스타일로 클럽 가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보자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스페이스 판타지’를 작업하게 됐어요. ‘스페이스 판타지’라는 곡은 원래 있었고요.
이박사 ‘스페이스 환타지’
하박국 반응은 어땠나요?
가재발 좋았죠. 클럽에서 엔비 같은 데서 공연할 때 되게 좋아라 하죠. 사람들이.
하박국 되게 재밌는 분이잖아요. 작업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요?
가재발 말이 너무 많아요.
(일동 웃음)
가재발 그 추임새라는 게 있잖아요. 안 놓고 못 배기시나 봐요. 근데 제 입장에선 구성에 잡았다 놨다가 있어야 되는데 이걸 할 수 없는 거에요. 그래서 녹음할 때는 다 녹음해 놓고 그다음에 가서 뺄 건 빼고, 항상 그랬었죠.
하박국 삐지지 않으시던가요?
가재발 아니요. 안 그래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면 되게 열심히 듣고 그대로 하세요. 되게 열심히 하세요. 되게 프로다운 분이세요.
하박국 그때 이박사님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잖아요. 그 곡을 통해서 일본에서 반응이 좀 얻으셨나요?
가재발 그게 좀 반짝했던 거 같아요. 이박사의 ‘스페이스 환타지’라는게. 꾸준히 밀고 가기에는 너무 다른 코드잖아요. 탄력을 못 받았죠.
하박국 최근에 아침 프로그램에 이박사님 출연하시면은 그 당시에 젊은 친구들이 자길 굉장히 좋아했는데 다 떠나고 없다고 푸념하시더라고요.
가재발 (웃음) 아, 그래요?
하박국 젊은 애들이 반짝하고 말더라고. 꾸준히 좋아해야지 진짜 좋아하는 건데. 꾸준히 안 좋아하더라고.
가재발 계속 작업하기 사실 쉬운 환경이 아니더라고요. 뭘 해야 되는데 할 게 없으니까.
이렇게 절벽 끝에서 걷는 게 재밌는 거 같아요. 인생이.
하박국 아까 얘기 들으면서 놀랐던 게 처음에는 어쨌든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하셨고, 메인스트림 갈 때 바나나걸로 가신 거잖아요. 그때 갔을 때 확실히 좀 약간 거부감 같은 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그때 테크노라는게 이정현의 ‘와’ 같은 거였거든요. 정확히는 이윤정의 ‘궤도’가 먼저 나오고 이정현의 ‘와’가 나오고 그다음에 가재발이 나왔는데, 그래서 가재발 음반을 이정현 음반인 줄 알고 샀다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약간 멘인스트림에서는 테크노라는 것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바라보고 가볍게 다루고 있었거든요. 도리도리 춤 같은 것도 그런 맥락이고.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그런 걸 보면서 경시하는 편이었어요. 둘 다 테크노라는데 저쪽 테크노 때문에 이쪽에 테크노 하시는 분들이 인정을 못 받는달까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에 대해서 어떻게 시선을 가지고 계셨는지.
가재발 저는 별 시선 없었어요. 근데 진짜로. 그 사람은 그 사람 음악 하는 거고 저는 제 음악 하는 거고, 뭐 그런 내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으면 바나나걸을 안 했겠죠. 그냥 어, 난 계속 이걸 해야 해 그랬겠죠. 물론 내가 이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그런 거잖아요. 냉면도 뭐 을밀대만 계속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일동 웃음)
하박국 이해가 확실히 되네요.
가재발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어요. 제 성향이 되게 잡식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잖아요, 엔지니어도 하고 가요도 하고 테크노도 하고 리믹스도 하고 이제 또 영상도 하고.
하박국 오지랖이 넓으신 것 같…
가재발 아니요. 오지랖은 안 넓어요. 사람들하고 되게 친하게 지내진 못해요. 그게 제가 아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바나나걸을 했어요. 근데 바나나걸을 더 치고 나갈 만큼의 능력이 안되는 거 같아요. 요기까지 한 게, 모르겠어요. 더 노력을 안 해봤을 수도 있는데 ‘아, 이 정도면’ 이라고 해야 되나. 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 돈도 벌 수 있고 사람들도 알아봐 주고. 그럼 그다음에 더 좋은걸 해야될 거 아니에요. 뭐 똑같은 걸 할 수도 있겠지만 근데 이제 저는 좋다기보다는 다른 걸 해야지 좀. 그러니까 성격인 거 같아요. 이만큼 했는데 더 할 자신이 없으니까 다른데 눈이 가는 거죠. 안 좋게 이야기하면 계속 피해 다니는 거죠. 엔지니어도 젝스키스 하다가 여섯 명 키 다른데 마이크 높낮이 맞춰주다가 짜증 나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웃음) 이건 내가 할 짓이 아니다. 조금씩 부르고 나가고 조금씩 부르고… 그거 하다 야 이건 그만둬야겠다. 그때까지 엔지니어 일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했거든요. JYP것도 많이 하고, 그래서 또 더했으면 더 잘 됐을 수도 있겠는데. 그럼 인생이 엔지니어로 계속 가겠죠. 근데 그만두고 앨범도 내고. 이렇게 절벽 끝에서 걷는 게 재밌는 거 같아요. 인생이.
류민중 절벽 끝에서 뒤론 안가고 계속 옆으로 절벽 따라서.
(일동 웃음)
하박국 그러다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면…
(일동 웃음)
가재발 그렇죠 바람이 더 세게 불면 제 입장에서는 바나나걸을 했는데 다른 걸 하나 해서 더 터진 거에요. 바람이 절벽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겠죠. 땅 안쪽으로 안전하게 들어가겠죠. 그럼 이제 재미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그거보다는 계속 새로운 거 찾으면서 이렇게 뭐 가는 게. 그리고 지금 하는 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고 자리에 잡히면 앨범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거든요. 완전히 다른 거. 그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한 번.
하박국 아, 트랜지스터헤드도 작년에 새 앨범을 냈어요. 1집 때는 디트로이트 테크노였는데, 지금은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가재발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하박국 공연도 예전엔 장비를 쌓아 놓고 하다 지금은 맥북 하나에 나노컨트롤 하나로 하시더라고요.
트랜지스터헤드의 로라이즈 공연 영상
가재발 대세인가봐요.
하박국 음. 그럼 바나나걸은 5집까지 나왔나요?
가재발 4집까지 나왔어요.
하박국 그게 다 지-레코드에서 나온 건가요? 아니면.
가재발 지-레코드가 다 들어가긴 들어가는데 마지막에 3집, 4집은 빅히트에서 나왔죠.
하박국 아, 그래서 지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소속사가 빅히트로 되어있더라고요.
가재발 원래는 앨범을 한 장 더 내야 되거든요. 근데 뭐 그거는 그냥 구두상으로 그랬던 거지 그쪽이랑 도장 찍은 것도 없고. 워낙 시혁이랑 친했으니까.
하박국 그렇군요. 지-레코드는 최승구 실장님이랑 같이 하신 거죠? 처음에 되게 재미난 시도가 많았던 게 김진태 작가가 웹툰을 그렸잖아요. 나름 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는 걸 그때부터 하셨던 건데…
가재발 오인용도 있잖아요.
하박국 하하. 맞아요. 오인용도 있었죠.
가재발 재밌었어요. 그때.
하박국 바나나걸이 대중매체를 타지 않고 서브컬쳐와 결합해 흥미롭게 홍보가 되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1집, 2집은 그때 아나씨인가 그분이…?
가재발 희정이 이야기하는 거 같은데?
하박국 얼마 전에 음반 내놓으신 분. 지금은 아가라는 이름을 사용하시던데.
바로 이 분이 바나나걸의 ‘엉덩이’를 불렀던 분이다.
가재발 아~ 수지~
하박국 1, 2집은 그분이 하시고. 그때 콘셉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지나가던 여회사원 아무나 잡아 노래를 시켰다. 그건 거짓말이셨던 거죠? (웃음)
가재발 그럴려고, 그런 느낌으로 만들려고 그랬던 거죠. 진짜 회사원 느낌을 좀 낼 수 있는.
하박국 1, 2집은 그분이 계속하셨고 3, 4집 부터 제2대, 3대, 바나나걸이 생겼어요 이현지라든지. 연예인들이 끼어들기 시작하고. 이걸 어떻게 컨트롤 했나 싶었는데 그때부터 빅히트에서 조율을 했던 거군요.
가재발 그때는 걸그룹이 없었으니까 새로운 앨범을 낼 친구를 바나나걸을 통해서 일단 테스트해보고 솔로를 내는 식의 포맷을 생각했어요. 여자 가수들이 처음 시작하는 등용문 같은 느낌으로. 그런 걸로 한 번 가지고 가보자, 그렇게 됐었죠.
하박국 뮤직비디오도 그때부터 나왔죠? ‘부비부비’ 때부터.
가재발 네.
하박국 제가 그때 군대에 있었는데,
가재발 아니요. 엉덩이를 흔들어봐 있었는데.
류민중 ‘엉덩이’ 뮤직비디오가 맨 처음에 나왔어요.
하박국 엉덩이가 뮤직비디오가 있나요? 유튜브에 검색하니 없던데.
가재발 기태호가 만든 게 있어요. 저 옛날 신사동 지하 작업실에서 못 나가게 문 잠가놓고 만들라 해서 만든.
(참고로 여기서 기태호는 홍대 앞에서 클럽 툴을 운영하다 지금은 클럽 에덴을 운영하는 한국 클럽 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다.)
류민중 어렸을 때 엠넷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가재발 네. 맞아요, 그때 기홍 씨라고, 지금 뭐한다 하더라. 슈스케인가 위대한 탄생인가 이런 멋있는 피디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가 뉴욕에서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MTV에서 일했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그 친구도 한국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왔는데. 근데 그 뮤직비디오 보셨어요?
류민중 네!
가재발 그걸 누가 틀어주겠어요. (웃음)
바나나걸 ‘엉덩이’
류민중 저는 하도 많이 들리니까 메인스트림에서 조정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가재발 공중파랑은 전혀… 연이 없었죠. 저는.
하박국 되게 재밌었던 게 진짜로 티브이에선 안 나오는데 어느 순간부터 들리는. 저는 나이트클럽을 안 가서 몰랐는데 그 당시에 나이트클럽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가재발 네.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이트에서는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류민중 저는 들어봤어요
하박국 민중씨가 나이트클럽에서 거기에 맞춰 엉덩이를 흔드셨다고.
류민중 스무 살 때 나이트에 갔는데, 코요테랑 거의 쌍두마차로.
당시 유행했던 코요테 ‘순정’
킹맥 그게 요즘도 나오지 않아요? 중간에 이렇게 상품 걸고…
(일동 웃음)
류민중 그게 컨테스트 하기에는 되게. 그리고 그 에어로빅 하는 거. 스포츠센터가면.
(일동 웃음)
류민중 되게 빠르게 리믹스 되가지고.
가재발 네. 빠른 리믹스가 있어요. 그러니까 엉덩이 원래 곡은 못 떴어요. 그건 들어보면 노래 빼고 들어보면 되게 테크노에요. 되게 어려웠어요. 근데 미국에서 같이 엔지니어링 공부한 친구가 있어요, 지금은 임재범 씨 매니저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리믹스를 해줬어요. 그 친구가 해 준 리믹스가 큐, 걔 이름이 규원인데, 큐 리믹스. 그게 완전히 떴죠.
하박국 최승구 실장님은 디엠엑스 트랙스부터 지-레코드까지 계속 같이하시고 최근에도 같이 일하시죠? 최승구 실장님은 요즘 어떤 일 하고 계신가요?
가재발 지금 빅히트에 있어요.
하박국 아, 지금 빅히트에. 그래서 같이 이렇게.
가재발 그러니까 시혁이 하고 저하고 친하니까, 제가 연결을 시켜줬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죠. 근데 빅히트하기 전에 디엠에스 끝나고 SM에 있다가 그다음에 YG에 있었어요. YG에 있다가 시혁이가 나 이제 한 번 해봐야겠다 누나 나 도와줘. 같이하자. 그래서 창립멤버로 같이 하게 된 거죠.
하박국 그래서 약간 의아했던 게 가재발 1집은 디엠에스 트랙스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SM으로 표기된 곳이 있더라고요.
가재발 그때 그게 유통.
하박국 아, 유통만. 나중에 에이벡스 트랙스랑 연결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가재발 다 소니에 있던 친구를 통해서 연결된 거에요.
하박국 그러면 음악은 직접 하시고 나머지 기획, 뭐 예를 들어서 김진태 만화를 접목다든지 이런 건 최승구 실장님이 맡아서 하신 건가요?
가재발 네 그렇죠. 처음 아이디어 회의할 때는 같이 하는데, 제가 진태형 찾아가서 해 주세요 이런 건 안 했죠. 이런 포맷을 한 번 가보자 그래서. 근데 진태형이 음악을 되게 좋아하세요. 그래서 그것도 좀 있었죠, 잘 맞았죠. 전 아직도 기억나는 게 바에서 여자가 바 위로 기어가면서 부비부비가 나오는 게 있었거든요. 너무 잘 맞는 거에요. 이거는 노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되게 재밌게 계속했었죠.
(해당 장면은 부비부비 웹툰의 예고편에 쓰였다.)
하박국 그게 정말 빨랐던 게, 작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음악이 들어가는 작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호랑이란 작가분이 중간에 스크롤 하면 음악이 나오게 하는 기술을 만들어서. 기안84의 ‘패션왕’ 같은 경우는 아예 계약한 건지 QUAGUA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나오고, 천계영 작가의 ‘드레스 코드’같은 경우도 맥스퀸의 음악을 플레이해서 들을 수 있게 하고 있고요. 최근엔 아예 스크롤 하면 효과음이 나오는 작품도 있고요. 그게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작년에서야 되고 있는 건데 그걸 굉장히 오래전에 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미디어믹스의 선구자이신 셈인데.
QUAQUA x 패션왕 ‘번뇌의 댄스(무소유 homme)’
가재발 그 만화에서는 회사송이 제일 대박이었죠. 하박국 씨가 이야기했던 잡았다가 노래시켰다는, 거기 주인공이 나난데 김나나인가? OL로 나오는거잖아요. 그래서 회사송이 많이 나왔었죠.
하박국 수지 씨 섭외는 어떻게 하셨나요?
가재발 수지랑 처음엔 밴드처럼 하려 그랬어요, 바나나걸은. 진짜 코요테인거죠. 그렇게 하려 했는데 잘못됐죠.
하박국 바나나걸 하면서 가재발 2집을 작업하셨는데, 2집은 1집하고 굉장히 많이 다르잖아요?
가재발 네. 많이 다르죠.
하박국 21세기 그루브 시삽인 이종근 씨가 디씨인사이드에 가재발을 소개하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사운드와 비트를 찾는데 골몰하는 뮤지션들과 왕래하면서 점차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결과가’ 그렇다고 묘사를 했더라고요.
가재발 처음 들어봤어요. 아, 옛날에?
하박국 최근 들어 디씨인사이드에 일렉트로닉갤이 조금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근데 대부분 어린 친구들이라 예전 한국 일렉트로닉 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어느 날 이종근 씨가 입갤해 1세대 음악가를 소개하는 코너를 연재했어요.
가재발 근래에?
하박국 좀 됐어요. 2009년? 2010년?
류민중 한 작년, 아, 재작년쯤에 글을 쫙 올리셨어요.
하박국 거기에 가재발도 소개를 하고 2집도 소개했었거든요. 소개하면서 이런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가재발 뭐라 그랬다고요?
하박국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와 비트를 찾는데 골몰하는 뮤지션들과 왕래하면서 점차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결과’라고 이렇게.
가재발 아니 제가 이상한 게 끊임없이 왕래하면서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것의 결과가 제 2집이라는 건가요?
하박국 아니 마인드와 자신이 부족했었는데 그런 다른 새로운 비트와 사운드에 골머리 앓는 뮤지션을 만나 자극을 받아 2집이 나왔다는거죠.
가재발 그러니까 제가? 2집을 낸 건 제가 냈는데 제가 자극을 받았다고요? 누구한테?
류민중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기에 적으신 거 같아요.
가재발 내가 누구한테 자극받았지? (웃음)
킹맥 케미컬 브라더스…
(일동 웃음)
[RE:BORN 스페셜 인터뷰] 가재발 (2) “아직도 제일 먼저 가슴이 뛰는 건 테크노에요.”로 이어집니다.





29 Nov 2012
Posted by HAVAQQUQ 







